사바나 웨스턴

이곳은 사바나. 무법자들의 땅.

사바나 웨스턴은 아프리카의 사바나 열대초원에서 벌어지는 동물들의 쫓고 쫓기는 하드보일드 활극 액션입니다. 동물들의 하드보일드 활극 액션이라니 그게 뭐냐고요? 아하, 그것부터 설명해야겠군요. 이 장르의 동물들은 조금 다릅니다. 인간처럼 말하고, 인간처럼 생각하고, 인간처럼 두 발로 서서 걷거나 뛰기도 하며, 인간처럼 법에 따라 사회에서 생활합니다. 아, 마지막은 빼야겠네요. 사바나 웨스턴은 무법자들의 이야기니까요. 그래서… 일종의 우화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어찌되었든, 사바나 웨스턴의 동물들은 동물의 특성과 생김새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인간의 정신적이고 사회적인 면모들을 그대로 나타내니까요. <비스타즈>, <주토피아>, <배드 가이즈> 등의 애니메이션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물론, 어떤 털이 북슬북슬한 장르에 익숙하신 분들은 여러분이 이해한 그대로 생각하셔도 됩니다.

사바나 웨스턴은 그런 동물들의 세상에 서부극을 덧씌운 이야기입니다. 드넓은 광야, 석양 속의 무법자들과 현상금 사냥꾼… 사실 서부극은 어떤 면에서는 실제 사바나 열대초원의 약육강식의 세계와 비슷합니다. 사바나는 총구를 들이대는 대신 발톱과 이빨을 들이대고 살기 위해 사냥하며, 그 때문에 피로 물든 복수가 이어지는 세계입니다.

사바나 웨스턴의 동물들

그렇다면 사바나 웨스턴의 동물들은 외견만 동물일 뿐 정말 인간과 다를 바 없나요? 그건 아닙니다. 동물들이 문명을 이룩하고 현재와 같은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야성’을 버릴 필요가 있긴 했습니다. 야성은 동물이 가지고 있는 본능적 면모로, 문명과는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야성에 휩싸인 동물은 옛 모습으로 돌아가 네 발로 걷고, 으르렁거리거나 짖고, 포악해집니다. 사바나 웨스턴의 세계에서 야성은 불쾌하고, 지양해야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특히나 야생에서 상대적으로 피식자인 초식동물들이 권력을 잡고 있으며 그들이 문명화된 도시를 세웠기에, 야성을 가진 자는 차별당하고 꺼려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동물들에게 야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특히나 사바나 웨스턴의 주인공인 동물들(주로 육식동물)은, 야성이 남아있기에 도시에서 살아가지 못하고 초원을 떠돌며 무법자 생활을 합니다. 문명인과 야인의 경계에서 선 무법자들은 목숨을 걸고 무법지대에서 생활하면서 본능적 면모를 발휘하기도, 문명인적 면모를 발휘하기도 합니다.

테마

사바나 웨스턴의 테마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번째는 이성과 본능의 대립입니다. 도시로 대표되는 문명과 이성, 그리고 황야로 대표되는 본능과 야성. 무법자들은 두 가지 면모를 모두 가지고 있으며, 그 경계에 서 있는 이들입니다. 사바나 웨스턴을 플레이하면서 무법자들은 본능과 이성 사이에서 씨름을 하게 됩니다. 어떤 행동은 본능을 필요로 하고, 어떤 행동은 이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사바나 웨스턴을 플레이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이성과 본능 사이에서 갈등하게 됩니다.

두번째는 피카레스크입니다. 사바나 웨스턴의 주인공은 무법자들입니다. 그들은 어느 정도 야성을 가지고 있기에, 타고나길, 혹은 후천적인 영향으로 범법자가 되었습니다. 문명화된 도시에서는 그 누구도 무고하지 않습니다. 무법자들은 사기를 치고, 폭력을 휘두르고, 술잔을 부딪히며 카드패를 섞고, 총을 들어 목숨을 건 결투를 합니다. 그러므로 사바나 웨스턴은 악인들의 이야기입니다.

마지막은 차별과 소외된 이들간의 우정입니다. 야성이 남아있는 육식동물들이 차별받는 시대, 차별받고 소외되어 황야로 내몰린 이들은 함께 모험을 하면서 우정을 쌓아가고, 서로를 위로합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으로 인해 차별받는 무법자들은 언제나 가슴아픈 과거를 하나씩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사바나 웨스턴은 차별의 기억과 그로인해 가시를 세운 이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도시와 황야

사바나 시

사바나 초원 한 가운데 있는 도시의 이름은 사바나 시입니다. 시장은 톰슨 가젤 ‘렉싱턴’이며, 가젤, 물소, 코끼리, 기린 등의 초식동물들이 상류층으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멋진 수트를 입고 파티를 즐기며, 커다란 저택에서 살며 교양있는 여가를 즐깁니다. 타조 학자들은 옛 문명을 연구하고, 누 경찰들은 범죄를 단속합니다. 종족에 따라 통상적으로 갖는 직업이 다르고, 사는 지역이 다릅니다. 거대 초식동물들은 중심부에서, 토끼와 같은 작은 초식동물들은 외곽에서 사는 편입니다. 물론, 예외는 어디가나 있습니다. 도시 외곽 너머 도시 밖에는 황야가 펼쳐져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사막에 가까운 지역이며, 나무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황야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도시 사람들의 기저에 깔려있습니다.

황야 개척 사업

톰슨 가젤 렉싱턴 시장은 인구가 증가하면서 도시를 넓혀야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도시 주변의 황야를 개척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도시 밖의 황야에는 ‘야인’들이 돌아다닙니다. 그들은 아주 위험하고, 잔인하고 포악합니다. 그래서 렉싱턴 시장은 하위 시민이자, 금지된 황야를 함부로 돌아다니곤 했던 ‘육식동물’들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시의회에서 통과된 것이 황야 개척 사업입니다.

제대로된 직업도 구하지 못하고 떠돌던 육식동물들은 황야 개척 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기도 했습니다. 황야에서 육식동물들은 그야말로 날아다녔습니다. 그러면서 하나 둘씩, 황야에서 살아가길 선택하는 이들도 생겨났습니다. 그렇게 무법자들이 생겨나고, 황야는 약육강식의 원리가 적용되는 무법지대가 되었습니다.

야인

황야에는 ‘야인’이 돌아다닙니다. 야인은 네발로 걷고, 무척이나 포악한 성정을 가지고 말이 통하지 않는 이들입니다. 그들은 으르렁거리고, 짖기만 합니다. 이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모습입니다. 누군가는 그들이 근본모를 괴물이라고 하며, 도시의 초식동물들은 대부분 그렇게 믿습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야인은 이성을 잃고 문명을 잊어버린 동물들입니다. 누구든지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들 그 사실을 쉬쉬합니다. 자신의 본성이 그런 것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